잔디밭 위의 치열한 두뇌 싸움
중구게이트볼동호회

스틱을 쥔 손끝에 긴장이 흐르고, 공이 굴러가는 궤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중구의 게이트볼장은 오늘도 활기로 가득하다.
중구의 중심에서 ‘스포츠로 하나된 우리’를 실현시켜나가는 중구게이트볼동호회를 만나 보았다.

글. 강지형    사진. 황지현

전략과 팀워크의 스포츠, 게이트볼
비가 그친 다음날, 중구의 장충단공원에 마흔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저마다 손에 스틱을 하나씩 든 이들은 중구게이트볼동호회 회원들이다. 6월부터 이어진 ‘생활체육동호회 리그전’ 을 위해 모인 회원들은 진지한 얼굴로 공을 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리그전 시작 전 개인 연습을 하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체육회 공모사업 지원을 받아 올해 처음 열린 ‘생활체육동호회 리그전’은 진작 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로 회원들의 반응이 뜨겁다.
1947년 탄생한 게이트볼은 T자 모양 스틱으로 공을 쳐서 3개의 게이트를 통과시키고 마지막에 골폴(막대기)을 맞추는 경기이다. 장비는 골프와 유사하지만 공을 맞춰 구멍에 넣고 자리를 이동시키는 등의 방식은 포켓볼과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당구나 포켓볼을 즐기던 사람들이 게이트볼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인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한 팀에 5명으로 구성이 되지만 꼭 그 수를 채우지 않아도 상대팀과 팀원 수가 맞기만 하다면 경기를 할 수 있는 유동성이 게이트볼의 가장 큰 장점. 공에는 1~10번까지 숫자가 부여되는데, 두 개의 팀은 각각 홀수와 짝수를 맡아 번갈아 공을 친다. 게이트를 하나 통과시킬 때마다 1점을 얻으며 마지막에 골폴을 명중하면 2점을 획득한다. 언뜻 보면 자신의 공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상대팀의 공을 맞춰 아웃시키기도 하고 같은 팀의 공을 맞춰 유리한 자리로 이동시키기도 하는 등 상호작용이 뛰어나다. 다른 팀 혹은 같은 팀의 공을 맞추는 행위를 ‘스파크 히트’라고 하는데, 맞춘 공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기 위해 그에 따른 전략이 요구된다. 이때 맞춘 공에 자신의 공을 딱 붙인 뒤 발로 눌러 고정하고, 자신의 공을 스틱으로 쳐 맞춘 공을 이동시킨다. 그 뒤 다시 자신의 공을 친다. 차례가 되었을 때 10초 안에 공을 쳐야 하기에 경기의 흐름을 집중력 있게 읽어내고 순간순간 전략을 생각해내야 하는 고도의 머리 싸움이다.
눈과 비도 막지 못하는 열정
중구게이트볼동호회는 2001년 창단하여 25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있는 동호회이다. 작년에 열린 제10회 8.15광복기념 서울특별시 게이트볼대회에서 초급자부 우승과 제11회 여성의날 기념 게이트볼대회에서 여성부 준우승을 거둔 게이트볼의 강자이기도 하다. 회원은 무려 140여 명으로, 6개의 클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게이트볼을 애호하게 된 배경에는 박성춘 회장의 주도하에 운영되는 ‘생활체육교실’ 이 있다. 박성춘 회장은 매주 화, 목에 열리는 생활체육교실에서 직접 지도하며 더 많은 구민들이 게이트볼의 재미를 알고 즐길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그것이 효과를 발휘해 그가 회장직에 취임한 2020년에 비해 회원 수가 4배 이상 늘었다. 그와 함께 평균 연령을 낮추는 데에도 성공했는데, 5년 전에는 70대 후반의 회원이 대다수였지만 현재 중구게이트볼동호회의 평균 연령은 60대 후반이다. 게이트볼은 노령 인구만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을 타파한 것이다. 박성춘 회장은 기존에 중구게이트볼동호회에서 활동하며 느낀 점들이 동호회 운영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게이트볼은 남녀노소 누구나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데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게이트볼의 재미가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고도의 전략이 요구되는 만큼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면 두뇌 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홍보 활동을 활발히 해 동호회의 평균 연령을 낮추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중구게이트볼동호회의 눈에 띄는 점은 회원들의 참여율이 높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중구 내 4개의 게이트볼장은 어떤 클럽의 회원이든 방문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두고 있다. 특정 클럽이 게이트볼장을 독점하지 않는 시스템을 통해 접근성과 개방성을 높인 것이다. 게이트볼을 시작한 지 3년이 되었다는 김영옥 회원은 거의 매일 구장을 찾아 게이트볼을 즐긴다고 한다. “게이트볼의 가장 큰 장점은 인원수에 상관 없이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혼자 있다면 연습을 하면 되고, 인원이 많아도 게임이 가능하거든요. 강우량이 많지만 않다면 비가 와도 할 수 있어서 많은 회원들이 우비를 입고 게이트볼을 즐기고, 눈이 오면 함께 제설 작업을 한 뒤 게임을 한답니다.” 중구게이트볼동호회 회원들의 바람은 같다. 더 많은 이들이 게이트볼로 하나 되기를 바란다는 점. 마음을 모아 정진하는 중구게이트볼동호회의 앞날이 기대된다.
MINI interview
  • 오춘선 사무장

    2021년에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으니 어느덧 5년 차가 되었어요. 지인을 따라 시작했다가 정착하게 되었는데 좋은 기회로 사무장까지 맡게 되었답니다. 게이트볼은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예요. 앞으로 아들, 손자와도 함께 게이트볼을 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 김철수 회원

    이전에는 축구나 등산을 꾸준히 했어요. 게이트볼을 먼저 하던 아내를 따라 시작하게 되었는데, 역동적인 종목과는 다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작년과 올해 8.15광복기념 서울특별시 게이트볼대회에 참가한 것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도 건강히 동호 활동을 이어가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 김영옥 회원

    장충단공원을 산책하다 우연히 ‘생활체육교실’ 플래카드를 보고 게이트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박성춘 회장님의 꼼꼼한 지도가 게이트볼 입문에 큰 도움이 되었죠. 함께 게이트볼장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에요. 이제 게이트볼은 제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