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드론,
기술과 즐거움의 융합
Sports Drone

하늘을 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이런 갈망은 결국 무인 비행체, 즉 드론을 탄생시켰다. 스포츠는 단순한 신체 활동에서 벗어나 관람, 중계, 교육, 산업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드론이 스포츠와 결합한다면 훈련과 전략 분석, 새로운 종목의 탄생 그리고 관람 방식의 혁신까지 가능할 것이다.

글. 황종학 박사

드론이 바꾸는 스포츠의 미래
‘드론(Drone)’이라는 이름은 벌의 윙윙거리는 소리에서 유래했으며,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무인 비행체(Unmanned Aerial Vehicle, UAV)를 의미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는 무인 타깃기(Target Drone) 개발을 통해 훈련용· 실험용 항공기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드론은 첨단 무기체계의 일부로 빠르게 발전했고, 1980~1990년대 GPS와 센서 기술의 발달로 민간 분야로 확장됐다. 2000년대 이후에는 IT기술과 배터리, 카메라, 무선 통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스마트 기기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드론은 취미용 비행체를 넘어 스포츠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공중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입체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드론은 스포츠 경기의 관람 방식, 선수 훈련 시스템,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경기 종목 창출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1) 관람 경험의 혁신
고해상도 카메라와 짐벌 기술의 드론 적용은 관람 및 중계의 공간적 한계를 넘어 3차원적 시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관람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몰입감’이며, 드론 카메라는 경기장 곳곳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현장감 넘치고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영상을 제공한다. 기존 고정형 카메라가 담기 어려웠던 저공·사이드·후면 추적 등 과감한 앵글과 속도감을 구현하여 관중이 마치 선수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듯한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2) 과학적 훈련과 전략 분석의 동반자
선수 동작을 추적하는 영상 기술과 생체신호를 검출·전송하는 기술은 드론을 통해 상공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기록하고 과학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야외 혹은 넓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종목에 적합하여 축구 경기에서는 경기 전술 분석에, 육상에서는 주자의 페이스 분석 및 동작 교정에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드론 기반 영상·센서 융합 분석은 시간·공간·생체 정보를 결합한 정밀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훈련 효율과 의사결정의 정확도를 크게 높인다. 나아가 반복 측정과 비교 분석을 통해 부상 위험 지표를 조기에 포착하고, 개인별 맞춤 훈련 프로토콜을 설계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3) 드론이 스포츠가 되는 순간: 드론레이싱과 드론축구
스포츠는 규칙, 에티켓, 건강 증진, 경쟁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요소에 드론을 접목함으로써 스포츠드론 종목이 탄생하고 있다. 드론 자체가 스포츠가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드론레이싱이다. FPV(First Person View) 고글을 착용한 조종자가 마치 기체에 탑승한 듯 트랙을 주파하는 드론레이싱은 이미 국제 대회가 열릴 만큼 성장하였다. 더 나아가 기존 스포츠에 드론을 결합하여 새로운 종목으로 발전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데 전주시가 후원하는 드론축구를 비롯해 드론장애물 경기, 드론농구, 드론사격 등과 같은 종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드론태권도도 새로운 스포츠 종목으로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스포츠의 미래, 드론이 여는 새로운 패러다임
1) 모두를 위한 스포츠드론아동, 장애인, 시니어를 아우르다
스포츠는 아동, 장애인, 시니어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신체 활동을 넘어 감성적 요소를 발굴하여 즐거움과 건강을 제공함으로써 드론은 스포츠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아동용 스포츠드론은 놀이에 교육적 가치를 더해 체육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스포츠드론은 재활 및 치료적 가치를 지닌다면 사회적 포용과 참여 확대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교육과 직업 연계까지도 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니어 스포츠드론은 신체 및 인지 건강 증진 효과, 사회적 교류와 여가 확장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 널리 쓰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2) 경기장과 시설 관리까지 확장되는 활용
스포츠에서 시설은 경기력과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인데 사람이 직접 확인·관리하기 어려운 영역에 드론을 적용한다면 신속하고 안전하게 점검·관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붕, 조명탑, 관람석 상부 등 고위험·고소 구역의 안전 점검을 수행하고, 열화상·멀티스펙트럴 촬영으로 누수, 균열, 전기 누전, 단열 성능 저하 등 구조물 이상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 또한 적외선·가시광 융합 영상을 활용해 골프장과 대형 경기장 잔디의 생육 상태, 병해·수분 스트레스, 배수 문제를 정밀 진단하고 구역별 처방을 지원할 수도 있다. 관중 동선 혼잡, 비인가 구역 침입, 화재·연기 징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으며 좌석 가시성 점검, 음향 반사 구역 파악, 출입 동선 검증 등 운영 데이터를 수집해 팬 경험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3) 지도자와 교육, 스포츠드론의 전문화
스포츠드론 지도자는 드론을 활용한 스포츠 활동에서 교육, 훈련, 경기 운영을 담당하는 전문 지도자를 의미하며, 드론 조종 기술과 함께 스포츠적 요소(경쟁·협동·전략)와 교육학적 접근을 결합해 참가자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핵심 역할은 기술 교육자, 스포츠 코치, 안전 관리자, 멘토와 상담자로 기체 운용, 전술 적용,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합 수행한다. 이를 위해 입문–중급–고급의 단계별 교육과 현장 실습, 정비·데이터 분석·대회 운영 등 역할 기반 모듈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국가 차원의 스포츠드론 지도자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고, 교육기관·협회·연맹이 표준 교재·평가·보수교육을 공동 운영해야 한다. 이처럼 스포츠드론 지도자는 스포츠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교육·훈련·경기 운영의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드론은 이제 스포츠의 관람, 훈련, 운영을 동시에 바꾸는 주요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업·일자리 차원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앞으로 스포츠드론은 단순히 기술적 보조 수단을 넘어, 스포츠산업 전반을 혁신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장 안팎의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고, 선수와 관중 모두에게 확장된 가치를 제공하며 나아가 드론과 AI·빅데이터의 융합은 스포츠과학을 한층 더 진화시킬 것이다.

글을 쓴 황종학 박사는 인하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이후 30년 가까이 한국스포츠과학원에서 스포츠산업실 수석연구위원 및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 R&D PD를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스포츠산업의 발전과 함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