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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의 첫 번째 비밀:
역경은 위협인가 도전인가? -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는 무엇일까? 간단히, 자존감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다. 자존심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타인과의 비교’를 추가한다. 자존감이 높은 선수들은 패배의 쓴 상황에서도 감정을 달래기보다 자신을 냉철히 돌아보고 할 것을 찾는다. 때문에 스포츠심리학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가진 공통점은 역경, 즉 스트레스 상황을 ‘위협’이 아닌 ‘도전할 과제’로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말한다.
마이클 조던의 예시를 보자. 그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 1군 농구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저학년임에도 능력이 출중했지만 그보다 키가 큰 친구 리로이 스미스(당시 201cm)가 1군으로 선발되었다. 당시 조던은 키가 180cm가 되지 않았다. 그는 집에 가서 방문을 잠그고 절망하며 울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농구에 더욱 주력할 것을 선택했고, 치열한 연습 끝에 가드에게 필요한 볼 핸들링을 익힐 수 있었다. 이 일화는 자존심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도 노력을 ‘선택’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스프링
회복탄력성
마이클 조던, 박지성, 손흥민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경기 출전 기회조차 걱정하는 암흑기를 ‘경험’했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최고의 경지에 오른 선수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에게 처한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능력1)’은 위대한 사람들의 전유물일까? 아니다. 우리 누구나 크고 작은 마음의 스프링을 가지고 있다.
글. 박세윤 충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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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의 두 번째 비밀: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
빅터 프랭클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2)는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할 ‘의지’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선택’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어진 상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는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 스포츠에서의 수많은 성공과 실패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선수 고유의 몫이다. 그러나 무수한 사회적 시선과 압박 속에서 ‘승리=성공’, ‘패배=실패’라는 공식이 당연히 자리 잡게 되었다. 스포츠에서 성공과 실패는 과연 메달의 색깔이나 경기의 승패로만 정의되어야 하는가? 이 의문을 품는 지점이 바로 회복탄력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아시아인으로 최초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해버지’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히딩크 감독의 부름으로 네덜란드 명문구단 PSV아인트호벤에 입단했다. 그러나 초기 그의 활약은 부진했고, 급기야 그가 출전해 공을 잡을 때마다 홈 팬들이 야유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때 그는 처음으로 축구하는 것이 두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수술과 회복 과정에서 히딩크 감독과 면담 후 모든 것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그 출발점은 아주 쉬운 패스라도 잘 되면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하는 의식적 훈련이었다. 그리고 홈 팬의 야유를 응원이라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자신감이 충분히 올라왔다고 느껴질 때까지 오랜 기간 이 노력을 지속했다. 3) 이 사례는 박지성이 쉬운 패스의 전달을 성공으로 정의하고, 야유를 실패나 두려움과는 다른 의미로 전환하고자 노력한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게 성공 또는 실패를 경험하느냐는 스스로 어떻게 이를 정의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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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의 세 번째 비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빛나는 사회성 -
회복탄력성에 관한 대표적 연구는 40년간 신생아를 추적해 온 ‘카우아이섬’ 연구다. 4) 돌봐줄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정신질환이 있거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지독한 가난과 절망 속에서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인가? 바로 ‘뛰어난 사회적 기술과 의사소통 기술’ 이었다. 사회적 기술은 회복탄력성 연구에서 공통으로 중요하게 언급되는 요소다. 이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누군가와 친밀한 유대를 형성했고,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을 구하는 사회적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휘했다.
손흥민에게도 흑역사가 있다. 독일에서 승승장구했던 그는 2015년 토트넘 훗스퍼에 입단했지만, 초창기 부적응하며 좀처럼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이적 첫해 풀타임 출전 경기는 단 한 번뿐이었다. 그때 그는 감독을 찾아가 “내 문제가 무엇이고, 주전으로 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적극적으로 물었다. 5) 손흥민은 자신의 상황 타개를 위해 적합한 사람을 찾아 해결책을 찾는 사회적 기술을 발휘한 것이다. 이런 사회적 기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의해 변화 가능하다. 카우아이섬 연구는 선천적으로 높은 회복탄력성을 타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노력과 훈련에 의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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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
바로 나 - 지금까지 회복탄력성을 이야기하면서 일관적으로 강조한 단어는 바로 ‘선택’이다. 행동 선택의 힘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고유 능력이다. 어떤 상황에 대한 ‘반응’은 내 고유의 선택권임을 기억하자. 그러다 보면 역경에서 도전할 것을 찾고, 사소한 성공에 가치를 부여하며, 실패에서 배우고, 귀중한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점점 성장할 것이다. 언젠가 역경을 견딘 것이 아니라 경험하였다고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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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thar, S. S., Cicchetti, D., & Becker, B. (2000), 「Research on resilience: Response to commentaries」, 『Child Development』, 71(3), 573-575
- 2) 빅터 프랭클(2020),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시형 역, 청아출판사
- 3) 박지성(2015), 『박지성의 마이 스토리』, 한스미디어
- 4) 김주환(2011), 『회복탄력성』, 위즈덤하우스
- 5) 손흥민(2020),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브레인스토어
글을 쓴 박세윤 교수는 충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스포츠심리학회 1급 스포츠심리상담사이자 같은 학회 총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신체활동과 인지기능 연구, 스포츠 인권과 Safe Sport 가치 실현, 스포츠심리학 및 스포츠심리상담의 대중화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